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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와 장미》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책은 단순한 문화기행서가 아니다. 문화와 예술, 과학이라는 큰 주제를 갖고 써내려간 기행문학과 인문교양의 이상적인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문화인문기행서다. 기행서의 맛깔스러움과 문화 분석이라는 기본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면서, 무겁지 않은 독특한 시각으로 과학과 예술 이론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과 예술을 다루고 있는 파트가 딱딱한 이론중심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시인의 섬세한 감각으로 그 점에 있어 충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행한 지역과 연관성이 있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 당시 환경이나 상황, 사건 등을 주로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이론과 예술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 의해서 현재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인류와 문화에 어떤 발전을 가져왔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했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가 선택한 여행지 또한 무작위로 선택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마, 그리스, 인도 등 과학과 예술의 영향을 받아 한때 문화부흥지라고 일컬어졌던 각국의 도시들이 등장한다. 그곳의 발자취를 찾아 탐색하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받은 인상과 독특한 문화 체험, 사람들의 사는 모습 등을 냉철하면서도 풍부한 감정으로 담아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각각의 도시들이 단순히 아름답게만 보이거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화기행서를 읽는 목적이 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거기에서 간접적인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라면, 《숫자와 장미》는 그것에 덧붙여 대중적 인문지식이라는 양념이 잘 버무려져 있다.

2. 왜 과학과 예술인가
과학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가 여류시인인 비숍에서부터 천재 수학자라 불리는 페르마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이론과 삶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을 통해 예술과 과학의 목적이 문화 못지않게 우리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데 있다. 또한 인류와 문화의 발전이 이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감각을 통해 지성과 감성을 일깨우고, 관찰과 새로운 발견을 통해 편리한 삶을 제공받는 것이 예술과 과학이라는 분야다.
저자는 그것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문학이라는 한 형태를 빌려서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가공해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명망 있는 중국시인이자 수학자인 저자가 쓴 《숫자와 장미》는 이러한 의도로 구성된 문화기행서이자 인문기행서다. 150컷이 넘는 자료사진과 100명이 넘는 인물들, 그리고 50곳이 넘는 도시들은 이 책을 다채롭게 하기에 충분하다. 각각의 파트는 그 성격이 뚜렷해서 어느 부분을 먼저 읽든지 상관은 없다. 문화기행에 관심이 높은 사람은 Part 1을,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Part 2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Part 3을 우선으로 해도 좋다. 그렇다고 해도 문화와 예술, 과학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숫자와 장미》는 시인이 갖고 있는 풍부한 감성과 수학자로서로 갖고 있는 냉철한 이성이 한데 잘 어울려져 있는 진솔한 이야기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걷는다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말이 있다. 시인에게 있어 이 말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한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예술가의 능력에 있어 내용은 그가 가진 정신에 의한 것이며, 소재와 예술언어는 그가 보고 듣는 눈과 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라면 마음으로는 讀萬卷書를 통해 예술내용을 풍부히 하는 한편, 눈과 귀로는 行萬里路를 통해 예술형상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이자 수학자인 저자는 세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옛 교훈을 몸소 실천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여행 속에서 독특한 경험과 폭넓은 시야, 삶에 필요한 자신감과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그의 여행은 단순히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신비감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현대화된 도시의 문명 속에서 그것이 존재하게 한 과거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바라보며, 쇠락한 문명의 흔적 속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항상 그곳을 살아간, 또는 살아가는 진솔한 사람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베어있다.

Part 1 <지도 위의 여행>_ 과학과 예술,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그리고 현재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나마, 인도, 그리스, 로마, 이탈리아 등의 각 명소를 찾아 그곳의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고 각기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Part 2 <예술가의 초상>_ 문학과 예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와 예술’, ‘콜라주와 예술’이라는 결코 어렵지 않은 이론을 통해 문학과 예술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학에서는 불행한 삶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간 비숍을 비롯하여, 예술에서는 시대를 너무 초월하여 후대에 가서야 자신의 독특한 작품성을 인정받은 엘 그레코, 초현실주의 세계를 열어 예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그리트를 통해 당시의 문학과 예술의 시대적 상황과 창조과정, 끼친 영향 등을 엿볼 수 있다.
Part 3 <숫자로 보는 세상>_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페르마의 대정리’, ‘카오스이론’ 등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이론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 에피소드 등을 재미있게 엮어 정리하고 있다. 특히 전혀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수학과 시의 연계를 찾아내고 해석해 놓은 부분은 수학자이자 시인인 저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 - 차이톈신蔡天新
1963년생, 1978년 산둥山東대학 수학과 입학, 1987년 박사학위 취득, 현재 저장浙江대학 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짓기 시작했던 그는 산둥대학 시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과학논문 1등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피안彼岸》, 《5인합작》, 《꿈속의 세계》와 산문집 《대륙횡단여행》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미국 시 번역문선》 등이 있다. 일부 작품은 7개의 서양언어와 아랍어로 번역되어 10여 개국의 문학잡지에 발표되었다. 이 밖에도 메데인과 로사리오, 취리히와 제노바, 더반 등에서 열린 국제 시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여행에 관한 짧은 에필로그-여행자의 이야기

Part 1_지도 위의 여행
신비한 섬 / 탱고의 오후 / 열대숲 낭송기 / 빗속의 파나마운하 / 지도 속의 세계로 / 인도, 미완성의 여행
로마, 우연한 여행 / 그리스, 에게해 항해 / 네 도시 이야기

Part 2_예술가의 초상
엘리자베스 비숍과 동행하다 / 돌아온 거장 엘 그레코 / 중절모를 쓴 마그리트 / 시의 예술 / 콜라주 예술

Part 3_숫자로 보는 세상
수학자와 시인 / 수학자와 정치가 / 무리를 떠나 은거하는 왕자 / 넘쳐나는 혼돈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